나는 평소 SNS를 즐겨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페이스북은 전혀 활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인스타그램은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소식을 듣기 위해 간간이 구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모두를 연결해주는 SNS라는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 발명인지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선 "어떤 사연이 있길래 나를 팔로우 하지 말아달라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나의 주변 지인들도 다 같은 마음이다. 성의있게 올린 사진, 게시글들이 많은 지인들, 더 나아가 많은 인기를 끌어 구경온 사람들이 '좋아요'와 팔로우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달랐다. "과연 인스타그램 속의 나는 진짜일까? 가짜일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 시작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다름아닌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었다. 서점에 전시되어 있는 알록달록한 표지 속 여학생의 그림을 보다 말고 잠깐 휴대폰을 꺼내들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여름아니랄까봐, 휴가 시즌 아니랄까봐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해변에서 사진을 찍은 예쁜 모습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의 아래엔 수십개, 수백개의 '좋아요'가 들어있었다.
태어난 지 두시간 만에 나는 엄마의 페이스북 게시물로 세상에 소개되었다
그것도 #비의_연대기 라는 태그를 들고 말이다. 이 책의 8페이지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이제 열네살이 된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의 휴대폰 화면에 전시되고 있었다. 이미 SNS상에서 20만에 육박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녀는 엄마의 뱃속에서 한번, 엄마가 만든 계정 속에서 또 한번 태어났다. 그러나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워하는 SNS대스타였던 그녀에겐 비밀 보관함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인스타그램이 아닌 '진짜 자신'을 담아둔 상자였다. 사실 그녀는 이미 엄마의 계정으로 올라오는 자신의 일상들이 전부 가짜이거나, 혹은 진짜의 극히 일부라는 걸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짜 자신'을 담아둔 상자를 보고 있자면 "그녀의 모습은 진짜인가? 아니면 꾸며진 인형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마저 보관함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상자엔 가장 친한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인생은 친구와 함께할 때 더 좋다
보관함에서 발견된 소중한 문구가 참 인상깊게 느껴진다.
SNS는 과연 무조건 좋은 것일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라는 플랫폼은 분명 내가 보다 넓은 세상을 열어주는 통로가 되어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팔로우, 좋아요 등의 장치들은 가끔 내게 하여금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을 시작할 때 팔로우/팔로워가 많은것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머나먼 지인들은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찾아가 말을 걸고 '맞팔로우'를 하자고 요청하곤 했었다. 분명 연락이 뜸한 지인들이나 타 지역에 살고 있어 만나기 어려운 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SNS는 어느새 나를 또다른 세상 속에서 증명해야만 하는 도구처럼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소설 속의 그녀 역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열네살 소녀답게 목표는 단순하다. 순전히 엄마가 딸이 아닌 엄마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엄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물론 싱글맘으로 혼자 주인공을 키워온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그만큼 본인을 챙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계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엄마였으며, 결국 결정도 엄마 마음대로 하는 막무가내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심지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각자 SNS활동을 시작하고, '팔로워'와 '좋아요'의 수에 예민해진 친구들을 만나자 친구들의 지나친 관심과 질투 속에 진짜 우정마저 위기를 겪게 되면서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깊게 받아들인다. 이제 그녀는 고민한다. 진짜 나 자신이 무엇인가. '내가 나 자신'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당신의 인스타그램은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그래서 묻고 싶다. 당신의 인스타그램은 얼마나 인기가 있는가. 그러나 진짜 당신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진짜 나 자신'을 소중한 비밀의 보관함에서 꺼내어 보자.
그리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삶은 나만의 비밀상자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자의 뚜껑을 열어 소중한 친구들에게 속시원하게 보여주는 것임을 깨닫자.
마지막으로, 타인의 관심이 아니라 진짜 나의 삶을 살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결론을 내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