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심각한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벌써 2년, 지금도 생각해보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여전히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볼 수 없고, 다 같이 웃고 떠들던 모습은 추억이 되었으며, 거리를 거닐다 보면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울상이다. 도대체 언제쯤 끝날는지,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이 책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웃음거리였나 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말 인천 어디선가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데 생각지도 못한 접근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책의 초반부터 팬데믹 상황을 잘 담고 있어 이야기의 흡입력도 상당하고, 챕터 별로 교차되는 내용이 읽어갈수록 나의 호기심을 더 증폭시켰던 것 같다.
사실 바이러스라는 것이 알면 도움은 되지만 모른다고 해서 불편함을 겪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앞으로 서로 피해를 입히지 않고 살 수도 없는 것이 사회이다 보니까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을 소설로 환기시키려 했던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어떻게 이 위험을 해쳐나갈 것인지, 어떻게 대처해야만 안전하게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볼 만한 과제를 던져준다.
인류를 종말까지 몰고갈 수 있는 바이러스 끝판왕
책 속의 알프스, 티베트에서 양이 미쳐 날뛰며 죽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최후의 바이러스라고 소설에서 말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바이러스는 체내에서만 발견할 것이 아닌 체외에서 바이러스를 감별해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의 해결법을 너무 신선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입국한 정한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약 3만 바이트 용량의 usb이며, 반도체로 읽어내 종식시킬 방법이 있으니 그것을 찾아내야만 한다.'라고 설명하는데, 바이러스를 반도체로 표현한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가? 문과 출신인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막상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정말 그럴싸한 방법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심지어 소설의 말미에서는 삼성전자의 직원 L과 말단 직원 '선동'이 미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가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하여 백신을 레이저 빛줄기에 코드로 심어 바이러스를 체외에서 잡아내는 기술을 안내하고, 그 기술은 인류 모두의 기술이라 설명하며 전 세계의 연구자,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한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의료계가 죽어라 몸 안에서 바이러스를 어떻게 막아내고 죽이느냐만 연구해온 것들은 다 쓸모가 없겠네요.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름도 모를 역병으로 원인도 모른 채 인류가 죽어갈 때부터 우리 의사들은..(중략)
(바이러스 X - page 59,60)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
사람에게 감염되는 '코로나'같은 바이러스들을 하나의 데이터로 생각하고, 그것을 반도체로 읽어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내 제시한다는 것은 분명 의료계에서는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가 없다. 당연히 다양한 환자들을 모집단으로 선정해 연구하고 해결법을 찾아온 의료계에선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긴 하다. 물론 소설은 소설이므로 이것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이런 발상을 해냈다는 것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스페인 독감의 원인인 바이러스는 2005년에 미국의 한 병리학자에 의해 아주 극적으로 밝혀졌어요.
(중략)
그분이 알래스카 빙하 속에서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여성의 시체를 찾아냈는데, 조사해보니까 H1N1이었어요.
네. 현대의 신종플루예요.
(바이러스 X - page 224)
개인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는데, 그 때문에 빙하 속에 얼어있던 바이러스가 노출되어 퍼질 수 있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2000년 이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까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붙인 바이러스들의 출현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거리나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증상을 만들어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론에서 이슈화되기 전까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이것들을 심상치 않게 여겼던 학자들이 없었다면 치료법은 물론 연구로 이어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팬데믹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김진명 작가의 [바이러스 X는]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