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하는 삶
[하이젠베르크]라는 학자를 아는가? 개인적으로 [마블]의 [앤트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영화에서 언급하는 '양자역학'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아보고자 검색한 적이 있다. 물론 문과 출신인 나에게 양자역학이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고급적인 언어 투성이라 모두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이젠베르크가 했던 말이 인상 깊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초기 조건을 알 수만 있다면 미래 예측이 가능합니다."
고전역학은 위 말처럼 결정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양자역학은 확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를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말하고 있다.
책 소개를 하기 전에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왜 했냐면, 이 책이 약간 양자역학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죽음을 결심하였던 주인공이 또 다른 나의 삶을 경험하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이라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나의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상해보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매트 헤이그] 작가는 원래 동화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어른들의 동화이야기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소재는 신선하지만 다소 유치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해리포터'를 생각해보자. 그 역시 원래는 어른들의 동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바로 눈치챌 수 있는 소재라 할 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매력은 달라진다.
원래 인생은 후회의 연속
가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죽을 용기로 살아야만 한다.'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의견에 매우 반대하는 입장이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그들이 옳은 것이라는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삶이라는 것이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성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할 뿐이다. 그들 역시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것이고, 그때마다 선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자꾸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다 보니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치이고 치여 떠밀리듯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끔 내몰린 것이란 이야기다.
이 책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시작한다. 그녀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 해고, 약혼자와의 파혼, 오빠와의 불화, 반려묘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서 일어난 것이라 자책하고 후회한다.
이제 11시 22분이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노라는 내일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펜과 종이를 꺼냈다.
죽기 딱 좋은 때였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p40)
어쨌든 우리는 살아있다. 그렇기에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정의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도서관 사서의 안내로 서재의 책이 모두 그녀가 살아갔을지도 모를 또 다른 삶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후회의 책'을 펼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 다른 선택을 했던 삶을 살아 본다. 수영 선수, 평범하지만 지루한 삶, 학자, 뮤지션 등 '가장 완벽한 삶'을 찾을 때까지 수만 가지의 새로운 삶을 경험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꾸만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기만 했고, 그렇다면 무엇이 완벽한 삶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쨌든 그녀는 살아있다. 그녀가 살아있기 때문에 수많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내가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할 수 있다 생각한다. 이것은 축복이고, 시련이라 생각하기에 불만을 품을 생각은 없다. 그 선택이 나중에 시간이 흘러 후회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선택했던 일이기에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을 뿐이란 것이다. 도대체 왜 좋은 선택을 하면 아무 말하지 않고, 나쁜 선택을 하면 자신을 원망하는가?
무엇인가를 할까 말까 할 땐,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
물론, 이 책의 결말이 예상했던 전개로 흘러갔기 때문에 이렇다 할 반전 요소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주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기에 이렇게 당신에게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잘 보아라!
나는 [매트 헤이그] 작가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하였고, 읽는다는 선택을 하였기에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이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