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줄거리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원래 아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든, 어떤 물건을 사랑하는 일이든 그 본질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사랑이란 국경도 초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 사랑이 성숙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상대를 향한 마음은 그 어떤 사랑보다도 크고 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어른들은 청소년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그리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다.

 몇 년 전,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 중학생 소녀가 내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저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깜짝 놀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사이좋게 지내던 두 사람이 갑자기 헤어졌다니. 연애에 개입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았다.

 "부모님이 연애는 좀 더 어른이 되어서 해도 된다고, 지금은 헤어지라고 했어요."

 중학생 소녀의 한마디에 잠시 멍해졌다. 도대체 왜 어린 친구들의 감정을 통제하려 하는 것인가. 그런 말을 하는 소녀의 표정도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나는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서툰 사랑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그런 청소년들의 서툰 사랑이야기를, 그러나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원래 아프다. 당장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묻는다면 좋은 추억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사람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

 

 주인공, [히노 마오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를 앓고 있다. 어떤 말이냐면,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었든, 슬픈 기억이었든 전혀 상관없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매일 어제의 기억을 메모하고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또 다른 주인공, [가미야 도루]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대신 망신당할 각오로 [히노]에게 사귀자고 고백한다. 그런데 갑자기 히노가 3가지 조건을 걸고 승낙을 해버리고 만다.

 하나, 학교가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않기
 둘, 연락은 짧게 하기
 셋, 정말 좋아하지 말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page 13)

 [가미야]의 입장에선 원래 여자에게 관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괴롭힘 당하는 친구가 벌칙 게임으로 고백하는 것을 대신해준 것뿐이었기에 진실을 말하고 사과하지만, [히노]는 그에게 '남자 친구님'이라 부르며 자기랑 사귀기 싫은 것인지 묻는다. 거기다가 세 가지 조건이 있으니 평범한 연애가 아닌 '유사연애'라는 표현을 쓰고, 절친한 친구인 [이즈미]가 걱정할까 봐 겉으로만 진짜 사귀는 척을 하자고 합니다.

"남자 친구님이 놀라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고 싶어서."
"그럼 남자 친구님, 오늘은 어떻게 할래?"

 평범한 연애와는 다른 '유사연애'였지만, 그녀의 신선한 표현에 시간이 흐를수록 [가미야]는 그녀를 정말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갑자기 [히노]에게서 뜻밖의 거절이 찾아온다.

 

"널 좋아해도 될까?"
"안돼. 병이 있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건데, 밤에 자고 나면 잊어버리거든. 그날 있었던 일들 전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page 85)

 그러나 [가미야]는 이미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때문에 그녀의 장애를 알고 나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 장애를 자기가 감당하며 그녀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 주고, 같이 기뻐하며 그녀가 매일 쓰는 일기에 즐거운 이야기로 가득 채워주겠다 결심한다. 얼마나 그녀에 대한 마음이 컸는지 '기억력'에 대한 공부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절차기억이라는 것과 연관되며, 이 절차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히노]에게 알려준다. 덕분에 [히노]는 기억력을 단련하기 위해 크로키를 연습하게 된다.

"내일의 히노도 내가 즐겁게 해 줄게."

 

 일본 로맨스 소설 특유의 뻔한 슬픈 결말, 그러나 눈물이 난다

 

 책의 구성은 정말 단순하다. 두 주인공의 만남, 과정,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삶.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어떻게 만났는지,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바로 전 날의 모든 기억을 기록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 여자 주인공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인 여자 주인공의 친구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평소 일본의 로맨스 소설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뻔한 결말이 예상된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은 어찌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뻔한 슬픈 결말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기적같이 어제의 일들을 조금씩 기억하기 시작한 [히노]였지만, 그런 그녀의 기억 속에선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자신의 비밀 장소에서 발견한 크로키 북 속의 남자아이. 자신의 스마트폰과 수첩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마음으로 그를 그리고 기억하고 있었다.

"난 그 애를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이상하잖아. 눈물이 그치질 않네. 얼굴도 사진으로만 아는데, 같이 보낸 시간도 일기에서 본 것밖에 모르는데, 그런데 어째서? 이상하잖아.."

 

 사랑이란 무엇일까

 

 소중한 사람에게 있어 기억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또 무엇일까. 분명 함께했던 시간은 행복했는데, 어째서 헤어져야만 했던 걸까. 아픈 상처로밖에 기억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마도 사랑은 서로의 소중한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했던 그 아이는 이제… 없어. 하지만 기억은 내 안에 존재해. 몸속에, 마음속에 잠들어 있어. 기억해 내면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잘 말할 수는 없지만 희망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어. 세상은 서서히 그 아이를, 가미야를 잊어갈 거야.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밤, 세상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page 375)

 [히노]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미야]를 조금씩 잊어갈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과거의 '나'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며 살아갈 것이니까.

 소설,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서툴지만 순수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사랑에 대한 본질을 다룬,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감정 중 특별한 감정을 다룬 이 책을 나는 쉽게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