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33년의 종막극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 소설을 알고 있는가. [기도의 막이 내릴때]는 작가가 33년을 집필한 시리즈 소설의 마지막 작품이다. 역시 작가가 30년을 넘게 집필해왔던 시리즈답게 마지막 도서의 무게가 아주 묵직하다. '가가형사' 시리즈의 10번째 책이기도 한데, 사실 2019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아 한참을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아마도 조금은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평소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기 때문에 분명 읽기 시작하면 밤새도록 잠들 생각도 잊은 채 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이 소설이 영화로도 개봉하였다며 영화를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괜히 고집이 생겨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영화에 대한 정보는 단 하나도 찾아보지 않았다.
나는 평소 정통 추리소설을 지향했던 작가의 초기 작품은 물론, 탐정소설과 함께 형사 소설의 범주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가가형사]시리즈를 좋아했던 독자였기 때문에 기대감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얽혀있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 숨겨져 있던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가가형사와 주변 형사들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인가. 사건을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지금까지 얽혀있던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전개를 가지고 있다.
줄거리 속에서 밝혀지는 모든 진실
가가형사가 어릴 때 떠나야만 했던 어머니의 인생이 드러나게 되고, 필연적으로 그녀와 얽혀야만 했던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가 두건의 살인사건과 함께 드러나는 전개를 가지고 있는데, 가가형사의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발자취를 쫓는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진실을 밝히고 싶었을 것이며, 동시에 쫓기는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숨기고 살아야만 했던 진실의 무게 때문에 이젠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초반에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사건의 진실은 점점 더 보이지 않고, 가가형사마저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지금까지의 모든 진실이 하나로 연결되어 밝혀지는 모습에선 이유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되었다.
또한, 드디어 밝혀진 어머니의 진실을 서술하는 부분은 안타까움마저 들게 만들었다. 친척들의 간섭과 편견 때문에 한 여성과 가족들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었다. 지금까지 어머니의 가출을 오로지 아버지의 탓이라고 생각했던 가가형사, 이에 대해 단 한마디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탓이라 생각한 아버지 역시 피해자가 아닐까. 안타깝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사실 생떼를 부리고 싶다
굳이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을 뽑자면 지금까지의 작품들은 가가형사가 등장해 사건의 추리와 실마리를 직접 풀고, 결정적인 부분을 모두 가가형사가 맡았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가 전면에 나선다는 느낌은 적다. 오히려 사촌동생인 [마쓰미야]형사의 시선에서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오히려 [마쓰미야]형사가 가가형사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나는 가가형사의 팬이기도 한데, 작가의 첫 작품 [졸업]에서 대학생으로, 이제 막 추리를 시작했었던 풋내기 젊은이로 그려졌던 가가형사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독자와 같이 늙어가고, 이젠 후배에게 모범이 되는 베테랑 형사로서, 사건을 향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보이는 부분은 작품 속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았던 독자라면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약간 떼를 쓰고 싶은 부분도 없잖아 있다. 가가형사의 비밀, 어머니의 진실과 아버지가 홀로 임종을 맞은 이유까지 모든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입장에선 더 이상 가가형사 시리즈를 집필할 이유가 없는데,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을 읽고 그가 그린 캐릭터의 매력을 너무나도 잘 아는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시리즈 종결이라는 타이틀이 마냥 기쁘지는 않다. 아쉽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독자들도 꽤 있지 않을까?
물론, 출간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 여러 편의 이야기를 통해 캐릭터와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독자의 마음을 느끼게 해 준 것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부분이고, 충분히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새삼스레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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