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실에 대한 회고록
책의 띠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슐먼] 박사는 2011년, 사랑하는 남편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윌리엄]이 암 선고를 받게 된다. 그리고 17개월 뒤인 2012년 12월, [윌리엄]은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과 남편은 둘 다 신경과 전문의사였지만 건강의 위기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아마 평소 [파킨슨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만성 질환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해온 학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며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직접 상실을 겪고 난 후 환자의 처지를 직접 경험하며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며 고백한다.
그리하여 이 책의 대부분은 책의 저자인 [슐먼]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진행된다.
책은 총 3개의 대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속에 12개의 주제로 재편성되어있었다.
1장 - 그와 함께, 2장 - 그가 떠난 후(상실과 슬픔), 3장 -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치유와 회복)으로 나뉜 대단원은 [슐먼] 박사가 자신의 남편과 헤어지기 전, 헤어진 후, 그에 대한 회복기를 구분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각 상황에 처해진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아마 상실의 아픔을 겪었던 독자라면 그녀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마도 [슬픔의 해석]이라는 책을 촉매제로 사용한 [슐먼]이라는 본인의 슬픔에 대한 감동적이고 유익한 회고록이라 생각될지 모른다.
여행을 떠나는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
[슬픔의 해석]의 간단한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남편과 아내는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는 날 오후 아내인 [슐먼]은 남편이 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병원에서 MRI 검사는 물론 항암치료, 암에 좋다는 모든 치료들을 동원해 보았지만 결과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남편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남겨진 아내는 그 상실과 슬픔 속에서 자신을 대하는 법과 자세, 그리고 그에 대한 치유법을 기록해 나가고 있다.
또한, 작가는 책에서'일기 쓰기를 들여다보아라'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감정표현이 많은 글쓰기는 건강에 매우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감정표현이 들어간 글쓰기는 면역력의 개선, 고혈압 완화, 신체 내부의 기능 개선, 전반적인 기분과 만족도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고도 한다. 동시에 작가는 긍정적인 감정을 묘사할 수 있는 어휘를 많이 사용하길 조언하며, 그와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는 줄이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하는 방법도 안내한다.
아마 남편을 떠나보내고 난 상실에 대한 슬픔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던 작가는 신경과 전문 의사답게 그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책을 쓰며 그녀 스스로 치유를 받은 것이 아닐까?
사랑은 계속된다. 아마도.
[슬픔의 해석]을 읽고 난 뒤 복잡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울증 증세로 약을 먹었던 내가, 죽음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던 내가 작가의 감정에 공감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맴돌았다. 내가 떠나면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상실의 슬픔을 겪을까?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래서 작가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역시 주변에 소중한 사람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들 역시 상실의 슬픔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향한 사랑은 계속된다. 그 방식이나 표현이 어떠한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랑은 계속된다. 아마도.
[슐먼] 작가의 경험담을 직접 집필한 [슬픔의 해석]은 상실을 겪었던 이들에게 뻔한 위로를 하지 않는다. 슬픔의 원인을 잊어야만 한다던가, 시간이 약이라던가, 내가 개발한 치유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 슬픔을 빨리 떨쳐낼 수 있다던가, 그런 무책임한 말을 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곁을 떠났다 하더라도 당신의 사랑은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된다고 말한다. 또한, 상실이 가져오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녀의 경험이 담긴 말을 조언한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슬픔'이라는 감정은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까지고 '슬픔'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슬픔'까지 모두 가슴속에 품고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만 한다. 또한, 각자가 겪는 슬픔에 대한 해석 역시 모두 다를 것이며, 그것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슬픔을 가슴속에 품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 정답일 것이다.
[슬픔의 해석]은 그런 이들의 슬픔을 치유해 주려는 책이다. 작가가 직접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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