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브라더스]의 신화, 김호연 작가의 복귀
평소 나는 책을 전혀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세상이 각박하다는 핑계를 대고 따뜻한 인간애가 담긴 [휴머니즘 드라마]를 찾아본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안식과 회복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책방에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김호연] 작가가 집필한 책이라는데,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란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요즘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조심스럽게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표지에는 내가 원하는 세상 사는 냄새나는 이야기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세상은 넓고 작가는 많다. 지금까지 [김호연]이란 작가를 누군지 잘 몰랐지만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나니 그의 작품을 모두 찾아 읽고 싶어 졌다. 힘들었던 나의 하루를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각자의 인생드라마
이야기는 자주 무언가를 깜빡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평생을 교단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남편의 유산으로 차린 편의점. 그리고 치매 초반 증상이 있던 그녀는 그만 아끼던 소중한 파우치를 잃어버렸는데, 그것을 찾아준 건 다름 아닌 서울역의 노숙자였다. 덩치는 크고 말은 어눌한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린 노숙자 아저씨. 처음엔 노숙자에게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윽고 그녀는 의리가 넘치는 노숙자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를 본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안내한다. 노숙자에게 도시락과 커피를 건네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후 할머니를 우연히 또 도와주게 된 노숙자 아저씨가 야간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를 하게 된 이후 내가 그토록 원하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현실성이 있지만, 그것이 내 주변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과 야간에만 근무하는 노숙자 아저씨들에게 오가는 손님들에게 벌어지는 해프닝들. 주로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주머니, 낮 시간대 아르바이트생 "시현", 주변 사장님, 단골 아저씨. 이들은 모두 처음엔 덩치만 크고 말도 어눌한 노숙자 아저씨를 불편해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그의 성실한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되고, 하나 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연엔 각자의 "인생 드라마"가 있었다. 또한, 이들의 고민과 사연을 모두 듣고 모두 해결해주었던 노숙자 아저씨에게도 숨겨진 비밀이 있었는데, 그건 의외로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짐작이 가는 장치들이 많이 숨어있어 금방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모든 걸 알고도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정말 어디선가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욱신거렸다. 눈시울이 따뜻해졌다.
인생은 선택, 인간관계의 소중함
사람은 살다 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잘못된 판단,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르쳐 줄 방법도 없다. 본인이 스스로 겪어봐야지만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그에게서 배울 점이 더 많다고 믿는다. 그에게서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의 안목을 넓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호연]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이란 책을 통해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 인생이란 것이 매번 선택 상황에 놓이고, 문제에 직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때때로 혼자의 힘으로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다가온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 좌절하고 있을 때, 뒤를 돌아본다면 지금까지 내가 베풀었던 선행들이 나를 따라와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고 있다. 이런 일이 현실로 일어나기 위해선 먼저 나를 바라봐주는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보려고 생각한다. 인생은 홀로 사는 것이라지만, 절대 혼자일 수 없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알고 미안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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