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 와이너의 철학 서평

철학은 재미없고 지루하다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한 이야길 물어보면 대다수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또는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런 점이 참 아쉽다고 생각했다. 분명, 쉬운 분야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철학을 이리도 어려워하는 걸까?
 철학의 시작은 질문이요, 철학의 끝은 질문이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이 꺼낸 질문들은 사람들의 지혜의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철학이 어렵다고만 여기지만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철학은 오늘날까지 사회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에릭 와이너] 작가가 쓴 철학 입문용 에세이다. 일반적인 철학 서적과 달리 에세이처럼 되어 있어 철학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도 쉽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속엔 열네 명의 철학자가 등장하며 그들이 꺼낸 질문에 나를 대입해보고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입해 볼 수 있었다. 

 

철학은 재미있어야 한다

 첫 번째로 만나게 될 인물은 바로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에릭 와이너]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아침형 인간"이 많았기에 본인도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더 움직여야겠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면서 마르쿠스는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라"는 것이다. [에릭 와이너]는 "5분만 더.."라고 일어날 시간을 놓쳤다간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고 조언한다. 
 또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제목답게 소크라테스를 일컬어 그를 질문의 왕, 철학의 수호성인,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어 질문이 끌어내는 대답을 바꾼 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한 말을 인용해 "이제 철학은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학문이 아니다. 철학이란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철학이란 실용적이며, 필수적이다."라며 철학이 가진 질문의 의미,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중반부에 나오는 [월든]을 집필한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헨리는 "나 자신이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을 때, 자신과 빛 사이에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음을 알았다."라고 말하며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정작 [에릭 와이너]는 헨리의 충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모기도 많은데 에어컨도, 커피도 없기 때문이란다. 모기는 못 참지ㅋㅋㅋ 
 작가는 [세이 쇼나곤]의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공자]처럼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았다. 또한, "신은 죽었다!"라고 외치던 니체의 책을 다소 복잡하게 평가한다. 읽기 즐거운 책이지만 동시에 읽기 어렵다고 하는데, 니체가 읽기 즐거운 이유는 문장의 간단명료함과 상쾌한 단순함 때문일 것이요, 읽기 어려운 이유는 "소크라테스"처럼 확고한 신념 그 자체에 의문을 품으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에릭 와이너]는 철학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모두가 그처럼 철학을 말한다면 재미있는 학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이야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마지막 부분에선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이야기를 한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늙어가는 것 아니던가.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야길 듣다 보면 늙어가는 것 또한 잘 늙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아직은 멀었지만, 내가 늙어가면서 걸어온 길들을 없던 것으로 지울 순 없는 일이다. 그때까지 남은 삶을 함께 이어나갈 평생의 친구를 사귀었다면 된 일이며, 후대에게 자리를 물려줄 줄 알면 된 일이었다.
 또한 잘 늙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죽음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잘 되는 것은 아니다만, 그래도 가능한 만큼 노력하고 싶다.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연구한 [몽테뉴] 역시 죽음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면 당신의 삶은 풍성해질 것이라 조언한다. 쉽게 말해, 만약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마 지금 당신 곁에 함께 있는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것은 바로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내가 살아있는 것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하고, 어떻게 해야 더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철학이라고 무조건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철학자들의 마음에 한 발짝 다가가려는 마음만 보인다면 분명히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