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뱉은 언어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퇴근길에 책방에 들렀는데, 무척 심플한 보라색 표지의 책이 내 마음을 이끌었다. [언어의 온도]라는 제목과 [이기주]라는 작가의 이름, 그리고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라는 심플한 문구가 간결하게 새겨져 있는 보라색 표지의 책은 "어서 빨리 날 읽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난 이 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2017년에 출판되었으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 보니 170만 부가 판매되어 기념으로 재출판하였다. 분명 책을 읽어야겠단 마음도 없을뿐더러 호감도는 제로 그 자체였던 책인데 서문을 읽자마자 마음이 바뀌었다.
"당신이 내뱉은 언어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라고 넌지시 건넨 질문이 독자의 답을 바라는 기분이 들게 했고, '봄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이기주'라는 문장에서 큰 감탄을 했다. [이기주] 작가가 글 한 문장을 쓸 때마다 깊은 고민을 한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다.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언어의 온도
집에 돌아와 저녁 대신 커피와 빵을 챙겨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언어의 온도] 아니랄까 봐 에피소드마다 있는 소제목이 참 예쁘다고 느꼈다. 책의 내용이 주는 유익함보다 문장이 주는 여운이 더 큰 책이었다. [이기주] 작가가 평소 관심을 갖는 분야는 사랑이라고 들었었는데, [언어의 온도]에서도 연인의 사랑, 부부의 사랑, 가족의 사랑 등 '사랑'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길 하고 있었다.
평소 나는 연인이 만나 어떤 사랑을 하던지, 사랑의 유형과는 관계없이, 어떤 사랑이든 간에 '상대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 그 자체'가 진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언어의 온도] 내에서도 나의 생각과 비슷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상대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를 생각하는 내 감정을 내 스스로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작가의 의견은 내 견해를 좀 더 확장시켜 주었다.
당신이 말한 언어의 온도는 곧 감정의 온도다
만약, 내가 상대방에게 부드럽고 온화한 감정을 가진 채 말을 한다면 상대방은 따스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참지 못하고 말을 한다면 상대방은 보이지 않는 화상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당신이 말하게 될 언어의 온도가 곧 감정의 온도라는 것은 이런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뜨거운 온도의 말만 이어지다 결국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미 실수를 저질렀다면 늦었다는 것 아닐까. "엎질러진 물"이란 말이 있다. 나의 입에서 나오게 될 말이 적절한 언어의 온도를 조절할 줄 알게 된다면, 분명 상대방이 가진 정서적인 온도에 따라 뜨거움을 차갑게 식혀주고, 차가움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언어의 온도]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문장을 뽑자면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이 문장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 나는 불행하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적어도 나는 본 적 없다.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작가는 마지막까지 잔잔한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기대한 것보다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소설처럼 큰 감동을 주거나 눈물을 부르는 책은 아니었지만 잔잔한 감동과 여운 때문에 계속 읽게 되는 책이었다. 최근 들어 '나를 아껴주자'라는 메시지가 담긴 에세이집이 많이 나오는 것 같지만 그런 책들 역시 결국 지쳐있는 사람을 위로하고자 세상에 태어난 책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처럼 한문 장한 문장 한 문장 신경 써서 읽는 이를 배려한 책이라면 충분히 더 찾아 읽어보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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