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출신의 에세이
최근 금융이나 경제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시내의 서점을 가도 자연스레 금융이나 투자 관련 도서에 발길이 간다. 그러던 중, 출간된 지 조금 지났지만 나의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검은색의 표지부터 달러 표시가 반짝이는 [디 앤서]는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출신의 작가가 쓴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다.
유튜버[뉴욕 주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의 직원으로 시작하여 일명 '스펙의 끝판왕'이 되는 과정과 자본주의의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뉴욕 주민]이라고 하는 닉네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끝끝내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는 여성. 그러나 그 모습은 어딘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깊은 관심이 있었다. 결국 오늘은 이 책이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구매했다.
가끔 동양인이, 그것도 여성이 최고 금융의 세계에서 받았던 대우, 힘들었던 일들도 회상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 도중[뉴욕 주민]이란 사람이 어떻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트레이닝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매뉴얼은 어떻게 되는지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법한 내용들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미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능력으로 승부하는 월스트리트 사회
그러나 [디 앤서] 내부의 책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정작 월스트리트의 이야기는 썩 즐거운 내용은 아니었다. 당연히 '월 스트리트'하면 미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있을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이토록 치열한 것인지 탄식이 절로 나왔다.
21세기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는 미국이요, 그중에서도 엘리트들의 집합장소라고 하면 미국 내 금융인들이라고 느껴지는 게 [디 앤서]를 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물론, 간접 경험이긴 하다만 그곳은 사람의 능력을 성과에 따라 바로 해고하고, 해고당하는 사람도 반박하지 않은 채 수긍하고 떠나는 세상이었다.
또한 네트워킹 사교 파티에 참석해 누구나 만날 수 있지만 호감을 얻어내고 자신의 라인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이라는 이야길 들으며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시 시스템도 마찬가지 맥락인데, 투명하게 기업 활동을 공개하지만 그걸 해석하고 분석해서 투자 성과를 내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본다.
이 얼마나 숨 막히는 세상인가. [디 앤서]를 읽으며 "월 스트리트의 주민"으로, 직원으로 근무했던 [뉴욕 주민]의 삶이 괜히 존경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디 앤서]를 읽으며 알게 된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지금까지 금융 관련 서적을 읽으며 이만큼 많은 지식을 한 번에 얻은 적은 처음이었다.
금융에 대한 재미있는 용어와 내용들
[디 앤서]를 읽으면서 그녀의 행적을 따라 금융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롱숏 전략(공매수 매도 전략)과 같은 전문용어는 많이 들었지만 전략의 핵심, 비결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언제 이런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사모(private market)와 공모(public market)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미국 주식시장에서만 보이는 특정 종목에 표기된 알파벳인 티커(ticker)의 의미 등등 금융에 관련된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내용들을 정말 많이 얻어갈 수 있었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배우는 금융 전략, 지식
[뉴욕 주민]이 근무했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의 컨설팅 회사, 투자은행, 헤지펀드사의 업무 내용과 분위기 등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업무에 끝없이 도전했던 [뉴욕 주민]. 동시에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으며, 20대 후반의 나이에 모든 커리어를 포기한 채 새롭게 "헤지펀드" 업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녀의 커리어만 보고 있자면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이 맞는가 생각이 문득 들어 오히려 너무 쉽게 엄청난 커리어들을 얻은 것 같지만, 분명 그것은 그녀가 가진 노력의 결과였다.
단지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디 앤서]라는 책 속에 꾹 담아 담담하게 써 내려가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압박 면접, 대형 M&A 협상, 밤낮 없는 업무,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득 찬 능력중심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성공한 자로 인정받게 된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그녀의 삶은 소설, 또는 드라마처럼 흥미로워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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