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매국노들의 잔재를 고발한다
새로운 책을 빌려가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내 이목을 끄는 묵직한 제목의 책이 보였다.
[친일파 열전], 아직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친일 매국노들의 잔재들을 조금이나마 고발하는 책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정리한 친일파들의 행적을 읽기 쉽게 글과 만화로 표현해둔 [친일파 열전]은 평소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박시백] 화백이 그려낸 작품이다.
물론 일제강점기의 잔혹산 현실을 그린 '35년'이라는 작품과 내용이 많이 겹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흐른 만큼 새로운 내용이 더 많았다.
[박시백] 작가는 오로지 아직까지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말하고 싶다는 목적 하에 이렇게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독립운동가의 일부는 친일파였다
책을 읽으면서 잘 몰랐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기억 속에 담아 갔다. 특히,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의 동거녀가 화가 김환기의 부인과 동일인물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두 사람의 시대가 겹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 사람은 일제강점기, 한 사람은 현대의 인물이라는 인상이 있었으나 알고 보니 출생연도가 비슷했다.
이젠 옛날이야기 같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은 불과 76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친일파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백선엽과 같이 90년대나 2000년대까지 생존해 있었던 인물들도 꽤 등장한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었던 점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독립운동가의 일부가 친일파였다는 점이었다.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시일야방성대곡」으로 민중의 울분을 대변한 장지연
3.1 운동의 시작을 알린 「독립선언서」로 전 세계에 독립의 정당성을 알렸던 최남선, 그리고 도쿄에서 「2.8 독립선언서」를 통해 해외 동포들에게도 위대한 운동을 알렸던 이광수.
개인적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며 '펜'으로 일제를 질타하면서 민중을 깨우쳤던 대단한 독립운동가라 생각하였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후에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이유로 일제의 편으로 돌아선 인물들이었다니,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학교, 예술, 국회, 기업 등 사회에 숨어 들어간 친일파
안타깝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일파 열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인물들 중엔 해방 이후에도 배부른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 제5~9대 대통령 박정희만 해도 그렇고, 학교, 예술, 국회의원, 기업, 군대 등등 친일파가 없는 부분을 찾기가 힘들다. 이러다 보니 친일파 청산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는 것 당연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후손은 가난하게 살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이 사람들은 얼마나 배부르게 잘 먹고 잘 살았는지, 오죽했으면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결말이 북한으로 납치되다가 사망이었을까 싶다.
지금은 친일파 처리 문제로 민심을 이산 시킬 때가 아니다
그냥 일본이 항복을 선언했을 1945년 8월 15일 당시, 일본의 패망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그냥 그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그랬으니까. 라면서 어떻게든 이해해 볼 수 있겠는데, '이광수'와 같은 사람들은 제일 추악하기 그지없다.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 변절하였다가 해방되고 나니 갑자기 구구절절 변명을 읊느라 바쁜 자들은 [친일파 열전]에서 만화로 표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짜증이 치솟았다.
특히, 친일파 청산을 시작하였을 때 반민특위를 뒤에서 해체하기 위해 애썼던 '이승만'은 그저 민족반역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48년 9월 3일,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키며 "지금은 친일파 처리 문제로 민심을 이산 시킬 때가 아니다."라는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친일파 청산을 외치면 공산주의자로 프레임 씌우기를 시작하여 이유 없이 탄압했던 광복 후 정치 상황과 지금의 정치와 무엇이 다른 것인가. 갑자기 정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역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었던 [친일파 열전]이었지만, 생각보다 충격적인 내용들과 처참한 현실을 낱낱이 고하는 내용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박시백] 작가 역시 [친일파 열전]을 집필하면서 독자들이 나와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길 바란 것이 아닐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하였다. 더 늦기 전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 제대로 된 청산을 해야만 할 것이라는 소감이 든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간의 미래 - 건축가 유현준이 말하는 코로나 이후의 미래 공간 (2) | 2021.08.25 |
---|---|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 김은주 작가의 실패 이야기 (2) | 2021.08.23 |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 국경 없는 의사회, 그리고 정상훈 (8) | 2021.08.22 |